기다릴께요..만수형님

Posted 2009/05/21 12:53 by 하우스버그

며칠전 미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룬 “ The Story of Baseball “ 이란 책을

보는데 1909년도 Honus Wagner 라는 선수의 야구카드가

1996년에 $ 667,000 ( 한화 8억 정도 )에 팔렸다는 내용이 있었다.

액수도 액수이지만 보잘 것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작은 야구 카드가

100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누군가에 의해 소중하게 간직 되어져 왔다는

사실이 야구인으로서 가슴에 큰 감동을 받았다.




1998년 클리블랜드 싱글A 팀에 연수를 갔을 때 수많은 미국팬들이

동양에서 온 나에게 나의 야구카드 얻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나는 개인 야구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들에게 줄 수 없었는데

다음 해인 1999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 트리플A 팀인 샬롯 나이츠에서

한국에서의 나의 경력을 자세히 소개한 야구카드를 제작해 주어서

미국팬들에게 나누어 주었을 뿐 아니라 나도 기념으로 잘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그해에 보스턴으로 원정 경기를 갔을 때 야구카드 전시회를 하는데

그 곳에 내 야구카드가 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제 아침에는 박동희 야구전문기자의 칼럼중에서 < 아버지의 플레이볼 >이란

글을 읽다가 며칠전 느꼈던 그런 감동을 또 느끼게 되었다.

야구를 좋아 하셨던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드나들던 꼬마가 훗 날

야구전문기자가 된 데에는 야구에 관련된 많은 추억들이 큰 몫을 했던 것

같았다.

그 추억 중 하나가 박기자가 초등학교 때 받았던 나의 사인볼을 어른이

되어서도 늘 가방 속에 넣어 다니다가 얼마전 운동장에서 만난 꼬마에게

선물로 건네 준 이야기였다.




나를 직접 만나거나 나의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는 팬들 중에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부모님을 졸라 어린이 회원에 가입해서 점퍼와 가방을

받고 온 동네를 얼마나 뻐기고(?) 다녔는지……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얼굴이 들어있는 딱지와 책

받침을 사고,

자기가 응원하는 구단의 캐릭터가 그려진 커다란 지우개로 친구들과

지우개 따먹기 하던 이야기 등등 …………

그들에게는 나의 기록이나 수상경력보다 내가 홈런치던 장면이나

희귀했던 도루 장면이 훨씬 기억에 남을 것이다.

현역선수 말년에 힘겹게 벤치를 지키고 있을 때 “ 이만수 “ “ 이만수 “

하고 팬들이 내 이름을 불렀던 일이 나에게는 괴로운 기억이었지만

팬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리라………




미국야구는 100년이 넘는 긴 역사 만큼이나 팬들에게 많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야구에 대한 추억이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야구는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종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에서 야구하는 동안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팬들의 야구사랑이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 , 팀 뿐만 아니라 야구에 관련된 모든 것들은 작은 것 이라도

소중하게 아끼고 보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세월이

지날수록 팬들에게 이런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구단이나 감독은 우승을 원하고

선수들은 불멸의 기록을 원하고

팬들은 감동있는 추억을 간직하기를 원한다.

서로가 참 상반된 욕구 같지만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구단 , 선수 , 팬 세 요소가 꼭 필요한 프로야구이기에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야구에 직접 몸 담고 있는 야구인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내가 건넨 사인 한장 , 공 한 개 , 따뜻한 미소

한번이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SK 이만수코치.......